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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WORK

​<盡景山水 / 진경산수> 2020 ~

일회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폐기되는 플라스틱에 의해 변경된 풍경은 오늘 날의 진경산수가 되고 있다. <홈 스윗 홈> 작업을 하며 모아가던 비닐봉지 때문에 나는 늘 비닐봉지와 쓰레기 문제만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은 원래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 인간이 만든 천재적인 물건은 너무나 완벽하게 자연을 대체해 나가고 그 천재성에 의해 너무나 무계획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이 물질은 인간도 자연도 완벽하고 안전하게 분해 하는 방법을  모른다. 그래서 분해하는데 500년이 걸린다는 이 플라스틱 물질은 대부분 일회용으로 만들어지고 쓰이다가 우리의 산과들 구석구석에 숨겨져 새로운 지형을 만들어가고 있다.

<BLACK> 2019 ~

​검은 색은 모든 것을 숨긴다. 우리 곁에 무엇인가 숨기고 감추기 위해 스며든 검은 비닐봉지는 우리의 어두운 비밀을 품고 다시 버려지거나 잊혀진다. 그 안에 담으면 무엇이든 감춰버릴 수 있는 것처럼, 안보이는 것처럼...

퇴근길에 들린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마을버스를 타면 잘 챙겨 입은 정장에 어울리지않은 검은 비닐봉다리가 양손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저녁상을 채우기 위해 산 고기 한덩어리와 생선 한마리, 깻잎 짱아찌가 담겨온 검은 비닐봉지는 그렇게 내 삶에 들어와 차곡차곡 쌓여갔다. 나의 어두운 기억과 상념처럼 쌓여가는 검은 봉지가 어느 날은 체한 것처럼 가슴을 답답하게 눌렀다. 그렇게 모아온 검은 비닐 봉지들에 어두움 마음을 다시 담아 버리듯이 묶어 나가기 시작했다.  

<Home, Sweet Home> 2016 ~

먹고 싶고, 보기 좋은, 우리를 즐겁게 하는 많은 것들이 넘치는 일회용 비닐 포장재에 담겨서 우리 곁으로 온다.

​어떤 것은 단 한번만 포장하면 마치 가치가 없다는 듯이 몇번이고 비닐 껍데기를 입고 있어서 어느날 그걸 다 벗겨내고 나면 먹을 것보다 포장재가 더 많이 나오기도 한다. 나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비닐 포장재를 사용하고, 무엇을 소비하며 사는 것일까? 그렇게 나의 일년의 사진 일기가 시작됐다. 

​<工作都市 / 공작도시> 2019 ~

어쩌다보니 유목민처럼 떠다니다 이사하게 된 아파트의 베란다 앞 풍경은 처음에는 낮은 언덕이었다. 집을 소개해준 부동산 중개인은 대부분 철거되고 남은 언덕을 가리키며 저기 살던 주민이 철거를 반대하며 자살을 해서 철거민들의 겨울을 위해 아파트 공사가 미뤄졌다고 했다. 이사 후 굉음과 함께 매일 콩나물이 자라듯 건물이 자라갔다. 그곳은 유난히 교회가 많은 산동네였다고 한다.  

​<移住 / 이주> 2014 ~

서울 외곽의 마을 담장 밑에는 어디나 화분이 놓여져 있다. 그런데 그 화분에는 화초가 아니라 농작물이 자란다. 고추, 상추, 쪽파, 열무, 생강, 가지... 그것들을 키워 저녁 한끼를 먹고나면 다시 일주일을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그 작은 흙 한무더기도 내버려 두지않고 먹을 것을 키운다.

도시가 자라며 농촌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은 오늘도 도시 농부가 되어 빈 화분을 찾아 흙을 담고, 그 흙에 고향을 기운다. 화분 속 농작물도 이주민처럼 아직 뿌리를 단단히 내릴 시간이 안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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