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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JIN KYOUNG
PHOTOGRAPH
移住 / 이주
서울 외곽의 마을 담장 밑에는 어디나 화분이 놓여져 있다.
그런데 그 화분에는 화초가 아니라 농작물이 자란다.
고추, 상추, 쪽파, 열무, 생강, 가지... 그것들을 키워 저녁 한끼를 먹고나면 다시 일주일을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그 작은 흙 한무더기도 내버려 두지않고 먹을 것을 키운다.
어느 날은 담장 밑을 화분 열무밭으로 만든 부부를 만났다.
어느 날은 상추 몇포기에서 먹을만한 것을 따로 나온 할머니를 만났다.
이렇게 키우면 먹을만하냐고 물었더니, 고향 생각나서 그냥 기르는거야라고 대답하신다.
도시가 자라며 농촌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은 오늘도 도시 농부가 되어 빈 화분을 찾아 흙을 담고, 그 흙에 고향을 기운다.
화분 속 농작물로 땅에는 아직 뿌리를 내릴 시간이 아닌 것이다.
2016. 이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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